사진 폴더를 정리하다가 아주 오래 전에 그렸던 그림들을 다시 꺼내 보게 되었다.
햇수를 새어 보니 벌써 10 년도 넘게 세월이 지난 그림들이다.
한 장 한 장 열어보면서 입가에 번지는 미소와 함께 지나간 시간 만큼이나 벌써 오래 전의 추억으로 다가오면서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바로 앞 지척에 서 있는 한 아이의 머리 위에 자기 머리 크기 만한 큼지막한 사과 하나를 얹어놓고 맞은 편 아이가 화살을 재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 두 아이의 얼굴에는 천진난만한 미소가 스며있다.

그러니까 나의 첫 맥으로 맞이하게 되었던 기종이, 그 당시 종로에 있는 매장에 전시되어 있던 것을 처음 본 후로 꿈 속에도 마주하면서 결국 부모님의 손을 이끌고 품에 안고 온, 바로 9 인치 흑백 모니터를 지니고 있는 Mac SE.

수염을 깍은 지 오래라 까칠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의 갓난 아이를 내려다 보고 있는 그림. 아이는 무서운 괴물을 맞이하고 있는 얼굴이다.

처음 켰을 때부터 그 자그마한 화면 안에는 모든 상상력을 모두 쏟아부울 수 있을 만큼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나를 맞이해 주었고, 그 들 중 나의 손 놀림과 상상력을 시험하게 했던 프로그램도 그 당시 획기적으로 여겨졌던 그 유명한 Mac Paint이다.

태양 빛 아래의 정원 위에 서 있는 한 아이와 그 옆에는 강아지가 앉아 있다.

물론 요새 나오는 막강한 기능의 그래픽 프로그림들과 비교하면 허전하기까지 하지만, 그 당시 나의 상상력 분출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충분하였지.

김구 선생의 그림.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내 자화상

도구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이가 들면서 빠져나간 그 무엇을 다시 되돌려 놓아야 할텐데…

요구르트 맛도 그전 같지가 않다.

꼬리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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