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widget들이 갑자기 먹통이 되어서 무슨 일인가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절대 반갑지 않은 큼지막한 Flash 화면이 방문자를 반기고 있다. 개편이 있었구나.
마음을 다잡고 들어간 날씨 페이지는 역시나 대문에서 느꼈던 불안감을 없애주지는 못했다.
소스를 살펴보면서 느끼게 되는 황당함과 허탈감 그리고 연이어서 찾아오는 소외감은 이젠 왠지 익숙하다.
공지 게시판에 달랑 그림 한 장으로 올려져 있는 개편 소식에는 요즘 유행하는 Web 2.0이란 추상어까지 동원되면서 참으로 거창하지만, 그 어떤 것 하나도 마음에 와 닿지 않고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웹 표준과 접근성을 중요시하는 현재의 웹 추세와 유행을 진정 반만이라도 따라가면 좋으련만… 이런 식의 개편은 오히려 다음 개편 때까지 들어갈 유지 비용과 노력, 시간만 축내는 천덕꾸러기로만 남게 되리라는 것을 왜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가? 이런 천덕꾸러기를 양산한 개발자는 자신의 무지와 한계를 인식하고 꾸준한 자기 개발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Dashboard 명당자리만이 새로운 주인을 물색할 조짐으로 비어있다.
평상시에는 바깥 날씨 widget에서 제대로 보여주던 몇몇 도시들의 날씨 정보가 오류를 내며 먹통이 되버리는 문제가 발생해서, 문제가 되는 도시들 중의 한 곳을 골라 기상청 주요 도시 예보에 있는 해당 도시의 페이지 소스를 살펴 보았는데…
무슨 짓을 했는지 아주 개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
이건 도가 지나쳐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망막할 정도니…
참고 대처할 수 있는 꽁수에도 한계가 있단다! 젠장…
개판 오분 전이 아니라, 완전 개판이군!
6 시간 후의 기상 예측도 엉터리라고 욕을 먹고 있으니, 그들이 잘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 있단 말인가? 👿
요새 폭설 피해 기사들을 보면서,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뜬구름 widget에도 기상 특보 상황을 표시해 주는 기능을 추가해 놓으면 알맞겠다는 생각에 기상청 홈페이지를 살펴보았다. 물론 기상 특보 상황은 대문에서 바로 살펴볼 수 있으니, 문제는 이놈을 XMLHttpRequest Object로 끌어오기만 하면 되는 샘.
생각보다 쉬우리라는 기분으로 기능을 추가하고 뜬구름을 실행시켜 보았으나…감감무소식이다.
결국, 이런저런 궁리 끝에 console.log를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자국이 찍혀 있다.
[526] http://www.kma.go.kr/index.jsp:Error - DOM Exception 3
DOM Exception 3? 뭐지? Document Object Model Exception 3???
문제의 원인은, 기상청 홈페이지의 html 소스를 보면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맙소사. !DOCTYPE은 물론이고 <html> 시작 꼬리표까지 없단다. (그렇다면, 맨 밑의 </html> 꼬리표는 실수로 붙었단 말이냐?)
정부 사이트들이 웹 표준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것은 사이트 제작자의 실수 이전에, 기본을 지킬 수도 없는 무지에서 나온 결과랄 수 밖에 설명할 도리가 없다.
앞니가 빠진 꼬리표 덕분에, html 문서도 일반 글자 문서(plain text)도 아닌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지라 XMLHttpRequest로는 원하는 정보를 끌어올 방법이 없다. (물론, 다른 꼼수는 있겠지만, 힘 빠지는 것은 마찬가지.)
그나마 아쉬운 마음에 대문에 쓰여 있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열린 기상청
이라는 문구 때문에라도, 소귀에 경 읽기 심경으로, 문의 게시판에 정정 요구를 해봤지만, Safari와 Firefox에서는 글도 올라가지 않는다. 참으로 징하다. 🙁
전자 정부 부르짖는 그들은 실로 대~충 그까짓 거 뚝딱 정부로세. 👿
또 다른 탄생을 준비하고 있는 대~충 그까짓 거 뚝딱 현장 방문하기 << 말이 디지털이지 그 속 내는 그까짓 거 대~충하는 섬세하지도 못한 아날로그이다.
마침내 이런 widget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개념만 잡고 있던 나의 첫 widget을 완성했다. 🙂
이름하여, 뜬구름 (Drifting Clouds).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미 배포된 Radar In Motion이라는 훌륭한 widget도 있지만, 한반도 구역 위성 영상의 경우, 갱신 주기가 비교적 늦고 해상도 또한 낮아서 아쉬워 했던 차에…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위성 영상을 빌려오는 방법을 찾다가, 기상청 웹터의 얽혀있는 구조때문에 약간의 곁재주를 부려 결국은 후딱 만들어 버리게 되었다.
이렇게 Dashboard의 widget을 구현하는 데에는 특별한 지식이 필요 없고, 기본적인 web 개발 상식만 가지고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현재는 무척 단순한 형태지만, 이름에서 풍기는 뜬구름처럼 Dashboard에서 덧없게 사라지는 꼴이 되지 않으려면, 앞으로 차근차근 기능들을 추가해야 할 것이다.